올리뷰의 리뷰일상

* 본 글에는 '타인은 지옥이다'의 스포일러와 비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 OCN

타인은 지옥이다

드라마 | 19세이상 관람가

편성 : OCN / 2019.08.31. ~ 2019.10.06.방영종료 / 10부작

시청률 : 3.9% (닐슨코리아 제공) 

제작진 : 연출 이창희 | 극본 정이도

 


안녕하세요! 올리뷰 입니다. 저는 원래 드라마처럼 장편인 걸 잘 챙겨보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그 때문에 보더라도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요. 그러다 최근 '타인은 지옥이다'가 종영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작 웹툰은 반 정도 보았는데 나름 재밌게 보기도 했고,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좋아하다 보니 예고편만 봐도 왠지 재밌겠다는 생각에 바로 정주행했습니다. 오늘은 이 드라마의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고시원 미스테리 스릴러>

'타인은 지옥이다'는 지방에서 살던 청년 윤종우가 서울로 상경하여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사실 고시원 생활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아는 형이 고시원에 살아서 이틀 정도 지내본 적이 있습니다. 잠깐 지냈던 그 와중에도 답답하고,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간혹 고시원을 '축사'라고 말할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라는게 이해가 됬습니다. 그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런 가슴 깊은 답답함 끈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종우는 원래 조금 예민한 성격이기도 했지만, 서울로 온 이후부터 점점 더 변해갑니다. 고시원에 들어와서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타인들과 숨소리마저 들리는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거기에 무언가 이상한 이웃들은 불안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바로 옆에 사는데도 어떤 사람인지 무얼 하는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저는 보는 내내 무언가 음습하고 찝찝하고 긴장되며 불안한 그런 느낌들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만큼 이 드라마는 시청자로 하여금 이 소름 끼치는 공간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윤종우역의 임시완 (출처: OCN)

이 드라마에서는 정말로 '싸이코'들이 이웃으로 나옵니다. 이웃이기도 한 이 싸이코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 수 없지만, 종우는 그런 환경의 영향을 받아 점점 더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다시 타인을 향하기 시작하며 분노와 광기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런 와중에 옆집에 사는 치과의사이면서 연쇄 살인마인 서문조는 종우에게서 자신과 같은 모습을 보게 되고, 그에게 악의 씨를 뿌리기 시작합니다.

 

사람인 이상 살아가면서 별별 일과 사람들을 거쳐 가며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죽이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충동을 이겨내고, 타인들과 어울리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싸이코 집단으로 가득 찬 고시원에서 평범했던 종우는 점점 더 죽이고 싶다는 충동에 빠지게 됩니다. 가끔 뉴스에서 잔혹한 범죄들을 보면 쌍욕과 함께 이 쓰레기 XX들은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마땅히 분노해야 할 일이 있기도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런 분노와 광기가 결국 종우를 집어 삼켜버립니다.  

서문조역의 이동욱 (출처: OCN)

이야기가 극에 다다르며 문조는 결국 종우가 고시원의 모든 사람들을 죽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종우에게 살해당하며 자신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기와 평생 함께할 것이라는 얘기를 남기며 죽습니다. 결국 문조가 바라는데로 그가 이야기 초반에 종우에게 심어놓은 악의 씨가 살인과 분노, 광기로 꽃을 피우게 됩니다. 평범했던 종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살인마의 모습만 남게 되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출처 : OCN

<현대 사회의 비극>

최근에 봤던 영화 '조커' 도 그렇고, 몇 달 전 보았던 '기생충'에서도 대체로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었습니다.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줍니다. 요즘 트렌드인지 모르겠으나,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도 현대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더욱이 평범한 20대 청년 종우가 타인과의 갈등에 의해 점점 악마처럼 돼가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럴 수 있겠다는 소름 끼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에 취해 싸우는 사람들, 말도 안 통하고 시비까지 거는 상사, 사람을 무시로 대하는 사장, 부딪히고도 사과할 줄 모르는 행인, 교묘히 사람을 등쳐먹는 사기꾼, 양아치 고등학생 그리고 연쇄 살인마 등 드라마 내내 어딘가 우리의 현실에서 종종 보던 모습들이 나옵니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느껴봤던 분노와 광기의 씨앗을 드라마는 곳곳에서 그대로 보여주곤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가 만연합니다. 하지만 진심이든 어쩌든 간에 우리는 서로 어울리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남이야 어떻든 신경 안 쓰고 살고, 오히려 도움을 줬다가 역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현실과 불안감이 공존합니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혹은 의도적인 관심, 피상적인 관계 등이 뒤범벅이 돼버린 현대 사회는 소외감으로 가득합니다.

 

더 이상 우리는 이웃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서로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오케이인 시대입니다. 시대를 탓할 순 없지만,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든 어쩌면 정신과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남녀 갈등, 고용주와 노동자의 갈등, 야당과 여당의 갈등, 국가 간의 갈등 등 너무나 다른 개개인의 생각과 가치들이 대립하며, 빈부격차는 점점 커져가고,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습니다. 

 

어렸을 땐 귀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무서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드라마에서 종우의 어머니도 이런 얘기를 합니다. "사람 조심해라." 드라마 속 고시원의 사람들은 여러 의미로 종우를 기분 나쁘게, 아니 그 이상을 넘어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미친 사람들입니다. 종종 뉴스를 보다 보면 정말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말이 맞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쳐다봤다는 이유로 사람을 때리고, 맘에 안든다고 죽이고 어쩌면 타인이라는 존재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드라마는 우리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타인과 빚어내는 작은 갈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명품 연기와 연출 그리고 원작초월>

저는 원작 웹툰을 반 정도밖에 보지 못했지만, 앞부분만 봐도 드라마가 원작을 초월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에 없던 설정과 씬들, 디테일한 부분들이 이야기를 더 보완해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원작보다 드라마를 훨씬 재밌게 보았습니다.

 

우선 원작의 캐릭터와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엄청났습니다. 특히 고시원 사람들은 원작의 캐릭터 그대로를 옮겨놓은 듯한 비주얼이였고, 연기력은 다들 미친 듯이 엄청났습니다. 점점 미쳐가는 종우역을 한 임시완, 그리고 살인마 치과의사 역을 맡은 이동욱, 미스테리한 고시원의 주인 엄복순역의 이정은 등 배우들 하나하나 군더더기 없는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임시완과 이동욱의 비주얼을 두고 '얼굴은 천국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잘생김이 터집니다.

 

드라마는 주 무대인 고시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소름 끼치게 잘 표현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답답함과 미스테리하고 섬뜩한 분위기 등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작에서는 볼 수 없던 디테일한 고시원의 모습과 배경들로 꽉 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회적인 메세지를 던질 뿐만 아니라, 드라마 자체로서의 재미도 충분한 정말로 잘 만든 웰메이드 드라마라서 스릴러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추천합니다.

<타인은 정말로 지옥인가>

'타인은 지옥이다'는 매 화마다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여기에 숨겨진 메세지가 담겨있는데요. 부제의 앞 글자를 모두 이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부 - 인은 지옥이다

2부 ​- 간본능

3부 - 밀한 속삭임

4부 - 신착란

5부 - 테의 수기

6부 - 스트

7부 - 하실의 공포

8부 - 죄는 목소리들

9부 - 지부조화

10부 - 스라이팅

 

"타인은 정말로 지옥인가" 라는 말이 나옵니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제목과는 달리 의문을 남깁니다. 사회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갈등과 대립, 때로는 분노와 광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투고 죽이기도 하지만 서로를 돕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고, 함께 살아갑니다. 사람 인(人)자는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본따서 만든 상형문자라고 합니다. 이렇듯 중요한 건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아닐까요. 혼자가 아닌 함께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으로 이 드라마는 타인이 만들어낸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지옥을 다루는 끔찍한 내용이지만, 그것과 반대로 촬영장 분위기는 재밌고 활기찼습니다. 메이킹 영상 같은걸 보면 그 현장을 엿볼 수 있는데요. 내용이 워낙 잔혹하다 보니, 배우들과 촬영진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밝은 모습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프로들이 모여 웰메이드 스릴러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은 지옥일지도 모르지만,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 협력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 타인은 천국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말 간만에 재밌게 본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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