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뷰의 리뷰일상

* 본 글에는 '애드 아스트라'의 스포일러와 비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2019)

 

SF, 스릴러 / 2019.09.19. 개봉 / 123분 / 브라질 외 / 12세 관람가

 

관객 수 495,010명 (10.01 기준)

 

감독 : 제임스 그레이

 

배우 : 브래드 피트(로이), 토미 리 존스(클리포드), 리브 타일러(이브) 외 다수

 


원래 영화 보는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근래 바빠서 영화 볼 생각을 못 하던 중 우연히 '애드 아스트라'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처음 '애드 아스트라' 포스터를 보고는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브래드 피트 주연의 SF영화는 처음 보는데?? "

 

일단 브래드 피트, 빵형이 나온 영화는 거의 다 재밌게 봤고 그래피티나 인터스텔라 같은 우주 배경의 근미래 느낌이 나는 SF영화도 재밌게 본 터라 기대감이 컸습니다. 우주 SF + 브래드 피트 조합이라니 이건 꼭 보자는 들뜬 마음으로 보러 갔습니다.

 

먼저 짧게 평하자면, 기대했던 장르는 아니었지만 재밌게 보았습니다. 외계인이 나오고 화려하며 스펙타클한 SF 영화는 아니었지만, 잔잔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내면을 다루는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 가까운 미래의 모습

우선, 제가 SF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상력과 호기심을 유발하고, 또 언젠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인류의 미래를 영화로나마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주라는 배경 그 자체에서 나오는 신비함과 경이로움, 비밀로 가득한 공간 등 이러한 요소들이 SF라는 장르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 에서도 이런 장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선 달로 여행을 떠날 수 있고, 달에 도착하면 마치 지하철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우주선 안에서는 타올 이용료까지 받는 등 우주여행이 이미 상업적으로 자리 잡아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달에는 스타벅스가 있고 서브웨이가 있습니다. 우주 해적이 존재하고, 각 행성에서 다른 행성으로 여행할 수 있는 환승 시스템이나 화성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언제가 있을법한 모습이라 흥미롭고, SF 영화마다 다르게 풀어내다 보니 이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재미가 있습니다.

 

◇ 소중한 것은 어디에 있을까

주인공 '로이'는 천재적인 우주 비행사입니다. 테스트에서도 최고이며 심리검사 등에서도 심박 수가 몇 이상을 넘지 않을 정도로 통제력과 자질을 갖춘 천재 우주 비행사입니다. 유독 이 영화에서는 우주 비행사의 심리검사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우주라는 극한의 상황과 우주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감정 컨트롤이 중요한 듯 보여집니다.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면 잘리는 이런 통제된 상황 속에서 '로이'는 내면의 병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입니다. 지구를 마치 감옥처럼 느끼며, 애인에게도 무관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식적인 웃음을 보입니다. 늘 봐왔던 것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로이'는 오히려 우주 속에서 혼자 있고 싶어하며, 일상을 탈출 하고 싶어 합니다. 

 

'로이'의 아버지 또한 일상을 벗어나 가족을 내버려 두고 지적 생명체를 찾아 우주로 떠났던 사람이었습니다. 익숙한 것들을 떠나 새로운 것을 찾는 여정은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라면 더욱더 그러겠지요. '로이'의 아버지는 인간이 아닌 다른 지적 생명체를 찾는 일에 광적으로 매달리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선원들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혼자만 남겨집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만난 '로이'는 황량해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깨닫습니다. 익숙한 지구에서 40억km나 떨어진 곳에 와서야 알게 된 것 입니다. 일상과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 지구와 사람들을 말이죠.

 

'그는 없는 것만 찾았고 눈앞에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로이는 아버지와 함께 지구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망가질 때로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자신의 목표만을 고집하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남은 건 광적인 집착과 실패뿐인 불쌍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로이'의 아버지는 한바탕 몸싸움 끝에도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혼자 우주 어딘가 텅 빈 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남겨진 로이는 아내와 사람들이 있는 지구로 40억km를 되돌아갑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흔한 말은 결국 우주 어디를 가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이'가 그랬듯이 사람인 이상 때로는 혼자 있고싶을 때도 있지만, 영원히 혼자이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주인공이 마지막에 했던 얘기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짐을 들어주고, 또 누군가는 우리의 짐을 들어주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 너무 익숙해서 잊고 살았던 것들, 가족과 친구, 가까운 사람들, 지구에 대해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였습니다.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난 두려워하지 않아요.
가까운 사람들과 난 그들의 짐을 나누고 그들은 나의 짐을 나누면 되지요.
난 살아갈 거고 사랑할 겁니다.
제출.

- 영화 '애드 아스트라'의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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